1분 생각 : 애매한 시대다~
1분 생각 : 애매한 시대다~
어제 혹시 나하고 밖에 몇 개 팔아보려고, 판매도구를 챙겨서 나갔다.
7호선 노원역에서 4호선 노원역으로 연결된 긴 환승 통로를 걸어가다가
조그마한 종이상자에 천 원짜리 몇 장이 놓여있고, 두꺼운 패딩을 얼굴까지
가리고 머리를 땅바닥에 처박고 계시는 한 분을 봤다.
내 머릿속에 스쳐지나가는 생각은, '이왕 "구걸행위"를 할바에 활짝 웃는 미소로
떳떳하게 지나가는 사람을 바라보면서 영업을 하면 수익이 좋지 않을까?' 하는 생각이 들었다.
그 거지분 옆을 지나면서 또, 하나의 생각이 들었다.
'아마, 배가 고파서 참다참다 못 참아서 나온 거일 지도 모른다.'라는 생각이었다.
어쨌든 그렇게 난 나의 볼일을 보려고 상계역에 갔다.
막상 나왔지만 지나가는 사람들한테서 돈냄새가 전혀 안 풍긴다.
단속반 차량은 왔다갔다하고, 이 일이 시간당 몇 개씩 판다는 보장이 있는 일은 아니다.
분위기를 만들고, 돈 들어오는 상황을 그때그때 알아서 만들어서 해야 하는 일이다.
그렇기에 나와 내가 결정해서 잠시 차지한 그 자리를 컨트롤해야 한다.
그런데, 그게 안되었다. 매대를 접고 밖에서 점심을 때울 염치가 안 나서, 집으로 귀가하러
다시 4호선 상계역에서 전철을 타고 노원역에서 환승차 하차했다. 그 순간 역내 방송에서
안내방송이 흘러나온다. 역내에서 **행위를 하는 분 역 밖으로 나가 달라는 방송이었다.
어쨌든, 이번에는 반대로 7호선 노원역 쪽을 향해 긴 환승통로를 걸어가는데
급하게 조그마한 종이상자를 손에 들고 나를 스쳐 지나가는 그 아저씨의 대략 난감하고 불편하고
안쓰럽게 보이는 얼굴을 봤다. 종이상자에는 변함없이 천 원짜리 세장뿐이다.
'글로벌한 시대다. 이왕, 거지를 업종으로 선택해서 할바에는 좀 더 자신 있게 소신 있게 하면 좋지
않을까?' 하는 생각을 해본다.
노원역으로 가기 위해 긴 환승통로를 지나가면서 또, 하나의 생각이 머릿속에 맴돈다.
'저 아저씨 저녁에 잠은 어디서 자려나?' 그리고, 또 하나의 생각이 든다.
'SSi부라~R, 지하철 역내 방송으로 그렇게 사람을 무안 줘서 나가게 하지 말고, 직접 가서
다른 곳으로 이동해 주시라고, 말을 전하면 안 되나?' 누군가의 소중한 아들로 태어나서
혹은, 얼마 전까지는 누군가의 사랑을 받으면서 살았던 사람이었을지도 모르는데 안 됐다.
각자도생(各自圖生)의 기나긴 시대에 언제 끝날지 모를 이 암흑의 시대에 갑갑하다.
머릿속에 이 분위기화 상관없이 오란씨 송이 맴돈다.
'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요.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.'라는 말이 실감 난다.
[글로벌 시대에 엄선한 거지분들의 모습]